제조·공정혁신&설비투자, R&BD 기반 전략아이템 개발 이어져야
대구경북화섬직물 산지를 비롯, 서울/경기, 부산/경남, 충청/전라 등 국내 주요 생산 거점의 제조기반 기업들의 산업 내 궤도이탈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화섬원사 대기업들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산업구조 지각변동은 전 스트림에 걸친 중소 제조기업들로 가속화되고 있으며,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여력을 상실한 한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복합요인으로 작금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지속가능 순환경제,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급변하는 글로벌 섬유패션산업 생태계 밸류-체인의 변화 속에서도 ‘Made in KOREA’의 역할과 포지션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오만’과 ‘오판’이 근본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융단폭격 수준의 중국 온라인 플랫폼 영토확장과 이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미 중국산 원사가 국산 원사의 빈자리를 상당 부분 장악한 상황에서 수출 주력의 경쟁력 확대 요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섬유소재의 원산지 규정(얀포워드) 기반 FTA체결 국가 대상의 수출 주도형 화섬소재 제조 스트림의 생태계 파괴는 ‘쓰나미’ 수준이다.
친환경 및 지속가능성을 위한 궁극의 미래 대응 순환소재로 주목되고 있는 폴리에스터 및 나일론 해중합 원사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중국은 이미 양산을 위한 환경이 마무리된 가운데 부분적으로 생산에 진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화섬소재의 경우, 특화 원사(소재) 기반의 사가공 및 염색 후가공의 차별화가 전부다.
기초소재인 원사의 수입 의존 확대에 이어 임가공 중심 염색가공 기업들의 후가공 기술 공동화까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스트림 전반에 걸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모습이다.
대구경북 화섬직물산지 소재의 최종 피니싱 공정을 수행하는 120여개 대구염색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의 현황지표에서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입주기업들의 에너지 사용량(공업용수/ 전기/ 증기)의 경우, 공업용수와 전기 사용량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최근 5년 내 최악의 상황을 보였으며, 증기 사용량 기준에서는 팬데믹 수준을 하회하는 수치로 곤두박질 했다.
물론, 최악의 생태환경 속에서도 생존을 위한 필살기 확보를 위해 노후설비 교체 및 공정개선·첨단화와 신규 전략 아이템화를 겨냥한 첨단설비 도입, 수요마켓 흐름에 대응한 R&BD 확대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준비된 기업에게만 선택적으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판단 아래,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사운을 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보에 나선 업계 관계자는 “개별기업이 풀어야 할 숙제는 풀어나가겠지만, 섬유산업계를 관장하는 기관·단체의 역할이 ‘그들만의 리그’여서는 존재가치는 물론,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패션의류용 및 특수용도 분야를 병행 전개하며, 생산인프라 재구축에 나선 A기업 CEO는 “스트림 산업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제대로 판단, 개별기업에 보탬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방향타를 제시해야 하지만, 그냥 그렇고 그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해 산업계의 미래 희망과 성장 가능성에 상실감을 더하고 있다”며, “늘 그랬지만, 섬유산업 기관·협단체에게 더 이상 기대하는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섬유패션 기관단체, 기업, 연구기관 등이 혁신에 가까운 변화된 대응 행보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섬유제조산업은 산업계에서 빠르게 지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제 그 서막이 열린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크고 작은 설비교체와 신규 투자 단행으로 변화하는 수요시장에서 새로운 기회 포착에 집중하고 있는 섬유제조기업의 결기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각자 독자적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무너지고 있는 섬유제조 생태계에 획기적 변화를 불어넣을 산업역량 결집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0일, 부산에서 ‘2024 섬유패션업계 CEO포럼’이 2박 3일간 일정으로 열렸다.
행사에 참가한 복수의 관계자는 “위기에 봉착한 섬유패션산업계 대표 행사였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최소한 하루 정도는 스트림 산업계의 미래 대응을 위한 구체적 전략과 대응 방안 제시 등으로 희망의 메시지와 산업 내부의 변화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가 있어야 했다, 산업계 안팍의 임팩트를 고려한 시나리오와 커리큘럼 기획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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