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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기능성 원사 ‘고갈’, 동업종 간 출혈경쟁·오더 쟁탈전 확대


국내 화섬 원사기업과 섬유소재기업 간 ‘밸류-체인’ 붕괴 현실화






글로벌 수요마켓의 불확실성 지속과 글로벌 밸류-체인 내에서의 한국섬유산업의 역할 및 입지 급변으로 대구경북 화섬소재 산지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화섬직물산지 소재의 패브릭 완제(마무리 공정)를 수행하고 있는 대구염색산업단지 입주기업 127개사.

     

대구염색공단 집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1월~12월) 포염 56.6%, 사염 44.9%로 입주기업 127개사의 평균 가동률이 56.6%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3월 공단 입주기업들의 전년 동월 대비 에너지(공업용수, 전기, 증기) 사용량의 경우, 공업용수 부분에서 견조한 수준을 보였지만, 전기 및 증기 사용량에서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이후 사상 최저점을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들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관련 산업계는 ‘적자생존’을 기치로 ‘각개전투’ 양상이 섬유 스트림 전반에 걸쳐 더욱 팽배해지고 있어 더욱 우려되는 모습이다.

     

바이어 요구 대응형 아이템의 급감과 바이어 제안형 차별화 아이템의 실종으로 말미암아 오더 메이드를 통한 선순환의 연결고리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제조 기반의 생태계 환경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내수 및 수출 오더를 가리지 않고 동종기업 간 ‘가격 출혈 경쟁’을 통한 오더 쟁탈전이 전방위에 걸쳐 확대되며,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는 등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우지만, ‘제살깎기’ 저가경쟁이 본질로 국내 화섬소재 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국내 원사메이커들의 원사 생산 단종 및 중단 확대에 따른 수입사 대체가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지만, 차별화 소재개발을 통한 지속 가능성에 대응하는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당장 생명 연장을 위한 동업종 간 저가 가격출혈 경쟁 지속의 결말은 불보듯 뻔하지만 아이템 개발과 시장 다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는 퇴색하고 있다.

     

다만, 특화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주력 아이템의 변신을 위한 고기능성 기초소재의 글로벌 소싱과 원사개발을 바탕으로 고부가 기반의 신소재 개발 및 신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계 전문가는 “대한민국 화섬소재 밸류-체인이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은 국내 원사 메이커와 화섬소재기업 간 일차원적 수요-공급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에 있다”고 지적하고, “동반자적 관점에서 동반성장과 지속 성장을 담보할 상호 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내 화섬소재 분야 스트림의 생태계 파괴는 지금을 시작으로 더욱 가속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섬유패션 스트림 내 연관 산업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기관·단체들의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위기 대응력 구사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방 및 조달시장의 소재 국산화’, ‘국내 패션브랜드의 국산 소재 채택 확대’ 등 관련 사안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명확하게 파악·진단하고,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 생태계 전반을 선순환의 연결고리로 치환할 수 있는 대응이 요구된다.

     

기업 관계자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국내 몇몇 브랜드가 지역의 패션소재를 구매한다고, 화섬산지가 부활할 수 없음은 물론, 지속 가능할 수도 없고, 국방·조달 소재 국산화 또한 현실적인 환경과 시스템으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업의 현황과 좌표를 정확하게 판단, 구체적 실행방안 마련과 대응이 필요하다. 최소한 현재까지의 산업계 대응 모습은 뜬구름 잡는 격으로 가능하지도 않을 사안에 대한 ‘희망고문’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일침을 가했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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