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 한-방글라데시 CEPA ‘Fabric forward’ 반영 재협상 요구
섬유업계, 한-방글라데시 CEPA ‘Fabric forward’ 반영 재협상 요구
직물·염색·봉제 등 국내 섬유 스트림 경쟁력 우려, 원산지 기준 완화 신중해야
방글라데시산 의류 특혜관세 확대보다 국내 섬유산업 보호장치 마련돼야

한-방글라데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섬유패션업계가 협정의 원산지 기준에 ‘Fabric forward’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방글라데시가 최빈개도국(LDC, Least Developed Country)으로서 관세상 특혜를 받아온 상황에서 향후 CEPA를 통한 시장개방이 확대될 경우, 중국·인도·대만 등 제3국산 원단을 사용해 방글라데시에서 의류를 생산한 제품까지 특혜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 국내 직물·염색·봉제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섬유업계는 한-방글라데시 CEPA가 양국 간 교역 확대라는 기본 취지를 넘어 국내 섬유산업의 생산기반과 스트림 경쟁구조에 미치는 영향까지 면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국내 섬유산업, 방글라데시산 의류 수입 확대에 따른 부담 우려
업계가 제기하는 핵심 쟁점은 원산지 결정 기준이다.
방글라데시는 그동안 최빈개도국 지위에 따른 관세 혜택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의류 생산기지로 성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도 등 주변 국가에서 원사와 원단 등 섬유소재를 조달하고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봉제·의류제품을 생산하는 공급망도 구축돼 있다.
국내 섬유업계는 이러한 구조에서 CEPA 특혜관세가 확대될 경우, 한국산 섬유소재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방글라데시에서 생산된 의류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섬유산업의 경우 사·직물-염색-봉제 등 스트림별 산업기반이 연계돼 있는 만큼, 완제품 수입 확대는 단순한 의류시장 경쟁을 넘어 국내 직물 및 염색산업의 생산·고용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섬유업계 핵심 요구는 ‘Fabric forward’
이에 따라 업계가 제시한 핵심 건의사항은 ‘Fabric forward’ 원칙의 협정 반영이다.
Fabric forward는 원산지 결정과 관련해 의류 등 완제품에 사용되는 원단이 역내에서 생산된 것인지 여부를 중요하게 보는 원산지 기준이다.
업계는 한-방글라데시 CEPA에서 Fabric forward가 적용될 경우, 방글라데시가 중국·인도·대만 등 비특혜 원산지의 직물을 사용해 생산한 의류가 한국 시장에서 CEPA 특혜관세를 받는 데 일정한 제한을 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방글라데시산 의류제품의 경쟁력 자체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CEPA 특혜의 적용 범위를 역내 생산 및 공급망과 연계함으로써 국내 섬유소재산업에도 상호 호혜적인 효과가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 특혜관세가 제3국산 원단의 국내산업 잠식 수단 돼서는 안 돼
업계는 특히 한-방글라데시 CEPA를 통해 중국 및 인도산 직물과 대만 경제지역 등의 직물을 사용한 방글라데시산 완제품이 한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국내 직물·염색·봉제산업의 경쟁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협정 체결 과정에서 특혜관세의 적용과 원산지 기준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CEPA의 기본 취지인 양국 간 교역 및 경제협력 확대는 존중돼야 하지만, 협정에 따른 특혜가 제3국산 섬유소재를 활용한 완제품의 시장 확대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내 섬유산업의 생산기반과 스트림 생태계를 고려한 원산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방글라데시에는 자국 섬유소재 산업 육성 효과도 기대
Fabric forward가 적용될 경우, 방글라데시에도 일정한 산업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방글라데시가 한국 시장에서 CEPA 특혜를 활용하기 위해 역내 또는 자국산 직물 사용을 확대하게 되면 방글라데시 내 직물 및 고기능성 소재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완제품의 관세장벽을 낮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섬유소재부터 의류제품까지 양국의 산업생태계를 연결하는 공급망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섬유업계 역시 이를 계기로 방글라데시와의 섬유·패션 분야 협력을 확대하면서 국내 고기능성 소재와 직물, 염색기술 등의 수출 및 현지 공급망 진출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한국도 방글라데시산 소재·제품 활용 확대 가능
업계가 제시한 또 다른 기대효과는 한국과 방글라데시 양국 간 섬유 공급망의 상호 연계 강화다.
Fabric forward가 협정에 반영되고 방글라데시 현지에서 한국산 직물과 섬유소재의 사용이 확대될 경우, 국내 섬유기업에는 방글라데시 의류 생산기지를 활용한 새로운 수출기회가 열릴 수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풍부한 봉제 생산기반과 한국의 기능성 섬유·염색·가공기술을 결합할 경우, 단순한 완제품 교역을 넘어 소재-생산-수출로 이어지는 양국 간 섬유 밸류체인 구축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 남북경협 재개 시 ‘Fabric forward’ 문제도 변수
향후 남북경협 재개 가능성과 관련한 원산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남북경협 사업을 통해 생산되는 제품에 국내산 직물류 사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방글라데시산 제품이 중국·인도·대만 등 비특혜 원산지 직물을 사용해 생산된 제품과 한국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글라데시 입장에서는 자국산 CEPA 특혜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이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을 통해 생산된 제품과 경쟁하게 될 경우, 원산지 규정에 대한 이해관계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 미국과 섬유 관세협상 사례도 주목해야
방글라데시와 미국 간 상호무역협정(Agreement on Reciprocal Trade)과 관련해 2026년 2월 타결된 협의에서 미국산 면화·합성섬유 사용 의류에 대한 무관세 합의가 이뤄진 사례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는 원산지와 섬유소재 조달 기준이 단순한 통관 문제를 넘어 각국의 섬유산업 경쟁력과 공급망 정책을 좌우하는 주요 통상변수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산업통상부 역시 최근 통상환경 변화에 대응해 수출시장 다변화와 통상협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 섬유업계 ‘CEPA 협상에서 국내 스트림 생태계 고려해야’
국내 섬유업계는 한-방글라데시 CEPA가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협정의 관세 및 원산지 규정이 국내 섬유산업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원사-직물-염색-봉제 등 국내 섬유산업의 스트림별 생산 기반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혜관세 확대에 따른 수입제품 경쟁력 상승이 국내 소재산업의 추가적인 생산기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원산지 규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한-방글라데시 CEPA 협상 과정에서 Fabric forward 반영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국내 섬유업계의 의견을 협상 과정에 충분히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신흥국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 등을 통해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해 왔으며, 방글라데시는 정부가 경제협력 여건을 조성해 온 국가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왔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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