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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선택 아닌 필수, 국회 토론회서 각계 목소리 모아

  • 5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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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선택 아닌 필수, 국회 토론회서 각계 목소리 모아

방탄복 속 중국산 섬유는 우리 군의 민낯,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 시급해

전투복 소재 수입 의존, K-방산 수출 패키지화는 섬유·방산 동반성장 기회

     

    

     

지난 4월 3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간사 주최,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주관으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방탄복·방탄헬멧·전투복 등 군 피복류에 사용되는 핵심 섬유소재의 국산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국회 토론회’라는 제목은 얼핏 기술 세미나처럼 들리지만, 이날 발표된 각종 수치들은 묵직한 안보 현실을 드러냈다.

     

방화복 핵심 소재인 PBO·PBI의 국내 자급률은 0%다.

     

방탄복에 쓰이는 UHMWPE(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는 10%에 불과하다.

     

군 피복류 원사의 70~80%는 해외에서 들어온다.

     

2020년 이후에는 국내 방탄복 대부분에 중국산 PE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는 지금,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유사시 우리 군은 총과 탱크는 있어도 장병이 입을 전투복과 방탄복의 원료를 스스로 조달하지 못할 수 있다.

     

최저가 입찰이 중국산 방탄복을 불렀다.

     

국방기술품질원 구승환 책임연구원의 발표는 현장의 민낯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현재 우리 군은 방탄복 I·III형, 부력방탄복, 방탄헬멧 II·III형, 경량방탄헬멧, 방탄판 등 7종의 개인용 방탄물자를 운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방탄물자의 핵심 소재 조달 구조다.

     

방탄복·방탄헬멧에는 UHMWPE와 파라-아라미드 계열 소재가 주로 쓰인다.

     

경량화 추세에 따라 최근에는 아라미드보다 가벼운 UHMWPE 사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2020년 이후 국내 방탄복의 대부분에는 중국산 PE 소재가 들어가고 있다.

     

구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목했다.

     

최저가 낙찰 제도와 성능형 규격이다.

     

국내 방탄복 규격은 성능 기준으로만 규정되어 있어 어느 나라 소재를 쓰든 기준을 통과하면 납품이 가능하다.

     

여기에 최저가 중심의 입찰 구조가 결합되면서, 성능 기준을 맞추면서도 단가가 낮은 중국산 소재 사용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장병의 생명을 지키는 방탄복 소재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애초부터 규정의 관심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구 연구원은 또 방탄물자 신뢰성 관리의 공백도 짚었다.

     

국방부는 2024년 '방탄물자 신뢰성 평가 업무' 훈령을 발령해 납품 이후 운용 중인 방탄물자의 성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납품 시 품질보증 이후에도 현장에서 사용 중인 방탄물자의 성능이 유지되고 있는지 검증하는 체계가 그동안 없었다는 얘기다.

     

훈령에 따르면 방탄물자는 '계속사용', '조건부사용', '정비 후 재사용', '폐기' 등 4단계로 등급 분류되며, 국방부·기품원·방사청·각 군이 역할을 분담해 관리하게 된다.

     

그는 발표 말미에 토론회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질문을 던졌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는 모두가 원하는 것인가?" 군 입장에서는 성능만 보장된다면 원산지를 따질 유인이 크지 않고, 현재 방탄복 납품을 주도하는 봉제기업들도 국산 소재로의 전환에 실질적으로 동의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제도를 바꿔도 시장 참여자들의 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공염불이라는 현실적 경고였다.

     

이어서 KEIT 윤석한 섬유PD는 ‘국방섬유 소재의 적용 현황 및 문제점, 국산화 개발 방향’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미국은 Berry Amendment(DFARS 252.225-7012)를 통해 의류·직물·식품·수공구 등 일부 군수품 조달 시 원사부터 봉제까지 전 공정에서 미국산 원자재 사용을 100%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수입 원사를 사용해도 국내에서 봉제만 거치면 국내 생산품으로 인정된다.

     

원산지와 무관하게 마지막 공정만 국내에서 이루어지면 '국산'이 되는 구조다.

     

윤 PD는 소재별 국내 자급률 현황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범용 소재인 PET·PE는 90%에 달하는 군 적용률을 보이지만, 나일론66·레이온·면은 군 적용률이 0%로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고성능 소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아라미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하나 군 적용률이 60~70%에 그치고, UHMWPE는 10%, 탄소섬유는 40~50% 수준이다.

     

SIC·LCP·PBO·PBI는 군 적용률 0%로, 특히 PBO와 PBI는 국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방화복의 핵심 소재를 도요보(일본)와 PBI퍼포먼스프로덕트(미국) 등 외국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 현실의 배경으로 세 가지 구조적 문제를 꼽았다.

     

첫째, 가격 중심의 입찰 구조다. 봉제기업이 군수조달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재 기업의 기술 개발 유인이 사라지고, 품질보다 단가 경쟁이 심화되어 중국산 저가 소재 사용이 고착화됐다.

     

심지어 군 PX에서 판매하는 활동복 티셔츠에도 중국산 저가 소재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둘째, 기술 격차다.

     

고강도·경량 UHMWPE와 고성능 난연섬유(PBO, PBI 등)는 기술 선진국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민간 기술의 국방 진입(Spin-on)과 국방 기술의 민간 확산(Spin-off) 선순환 체계도 미흡하다.

     

셋째, 실증 인프라의 부재다.

     

실제 전장 환경(극한 기후, 화염, 충격 등)을 모사한 테스트베드와 국방 전용 시험·인증 인프라가 없어 우수한 민간 기술이 있어도 군 납품을 위한 '트랙 레코드(Track Record)'를 쌓을 방법이 없다.

     

정책 측면의 문제도 짚었다.

     

2021년 시작된 산업부의 '국방섬유소재산업육성사업'은 워리어 플랫폼과 연계해 고성능 소재 선도기술 개발 4개 과제와 실증 인프라 구축을 추진했으나, 2023년 예산 삭감과 함께 조기 종료됐다.

     

국방 예산은 2025년 4.8조 원에서 2026년 5.8조 원으로 19.2% 증가하고 있지만, 예산 증가분은 무기체계 중심으로 편중되어 전력지원체계 소재 분야 지원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윤 PD는 국산화가 단순한 수입 대체가 아닌 전략적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군 피복류 시장 규모는 약 6,800억 원 수준이다.

     

여기에 세계 국방섬유 시장(2023년 기준 약 133억 달러, 국내 대비 29배 규모)을 겨냥한 K-방산 수출 패키지화 전략이 더해진다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커진다.

     

K-방산 수출은 2019년 25억 달러에서 2022년 173억 달러로 7배 성장했다.

     

지금까지 수출의 중심은 무기체계였지만, 수출 상대국이 전투복·방탄복 등 전력지원체계를 함께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산 섬유소재 기반이 갖춰진다면 무기체계 수출에 전력지원체계를 패키지로 연계하는 '고부가가치 수출 모델'이 가능해진다는 논리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해상 물류가 불안정해지고 공급선 다변화 수요가 증가하는 현재 상황도 한국 국방섬유산업에는 기회 요인이다.

     

그가 제안한 5단계 국산화 로드맵은 수요 발굴 → 기술 개발 → 시제품 생산 지원 → 인증체계 구축 → 시장 진입 지원으로 이어진다.

     

특히, 인증체계 측면에서는 현재의 물리적 수치 중심 규격(예: 보온율, 잔염시간)을 실제 작전 성능 중심 규격(CLO, 화상 정도 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규격 자체가 혁신의 문을 열어야 새로운 소재 기술이 군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방 섬유소재의 국산화를 위한 토론회 개회 회의 모습

     

     

한편, 행사를 주최한 강대식 의원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국방 섬유소재 국산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튼튼한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기술 개발과 예산,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오래도록 해소되지 않은 질문들은 또 던져졌다.

     

국산 고성능 소재가 개발된다 해도 현재 방탄복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봉제기업들이 더 비싼 국산 소재를 선택할 유인이 있는가?

     

국방부가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중국산 소재 대신 국산을 선택하도록 강제하는 제도 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가?

     

중소 소재 기업이 고성능 소재 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보장하는 선행 구매 또는 물량 보장 제도가 가능한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없이는 이번 토론회 또한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장병들의 방탄복 안에 어느 나라 섬유가 들어가 있는지는 우리가 안보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작고 가장 솔직한 지표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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