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체인 붕괴 가속화에 내수·수출 극한의 생존법 요구되는 섬유·패션업계
밸류체인 붕괴 가속화에 내수·수출 극한의 생존법 요구되는 섬유·패션업계
위기의 K-섬유패션산업, 각자도생 멈추고 산·학·연·관 협력 강화 모색해야

국내 섬유패션산업이 스트림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위기의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
AI 기반 산업전환(AX)과 디지털전환(DX)이라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 하는 가운데, 수출로 버텨온 국내 제조 기반 스트림 공정기업들의 이탈이 잇따르면서 밸류체인이 뒤엉키고 산업 생태계 축소도 가속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의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위기 속 기회, AI시대 최대 수혜산업 가능성도
비관적인 전망이 짙어지고 있지만, 섬유패션산업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섬유패션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성장해 온 대표적인 뿌리산업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제조 경험과 공정별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생산현장에 축적된 방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AI와 결합할 경우, 제조 AX의 대표적인 적용 분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부터 섬유·자동차·조선·바이오 등 10개 분야를 대상으로 ‘제조 암묵지 기반 AI모델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 명장과 숙련 인력들이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 즉 ‘암묵지’를 AI 기술로 구현해 제조 현장의 AX 전환과 혁신을 앞당기겠다는 취지다.
업계 지원기관과 단체, 기업들도 이 같은 정책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참여기업이 없다, 정책 대응할 ‘손’ 부족
문제는 정작 정부 정책에 함께 대응할 산업계 수요기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사업을 주관하거나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술력과 인력, 사업 수행 역량은 물론 사업화까지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특정 기업에 사업 참여가 집중되는 이른바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혁신 역량을 갖춘 일부 기업들이 오히려 ‘정부 R&D로 연명하는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산업계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보다 개별 기업 중심의 대응에 머물러온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자도생식 갈지자 행보 멈춰야, 산·학·연·관 협력 재구축 촉구
물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후공정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을 강화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과 기업을 대표하는 협·단체,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연구기관,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등 산학연관 주체들이 ‘각자도생’식 행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섬유패션산업 내부의 스트림 간 협력은 물론, 이종·첨단 신수종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업스트림-미들스트림-다운스트림으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보다 구체적 방안을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연대와 협력의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협력방식 넘어 ‘실행형 산학연관 TFT’ 필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기존의 협력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별 기업의 독자적인 자구 노력과 함께 회원사·회원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존 협·단체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기업 현장과 밀착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이종산업 간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산업정책으로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특히, 학계와 전문학회, 개별기업, 지원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산학연관 TFT(태스크포스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간담회나 협의체를 구성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고, 기업과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추진하며, 정부가 제도와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실행형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 뿌리기업이 필요한 것부터 다시 살펴야
무엇보다 생존경쟁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소 뿌리기업들에게 긴급히 요구되는 사안이 무엇인지부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인력, 설비, 판로, 디지털 전환, R&D 및 사업화 지원이 무엇인지 현장에서부터 다시 파악하고, 이를 정책과 지원사업에 연결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산·학·연·관 협력 생태계가 현장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협력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기업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결국 K-섬유패션산업의 미래는 개별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
기업 스스로의 혁신 노력과 함께 스트림 간 협력, 산·학·연·관 공동 대응, 이종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AI와 DX라는 거대한 산업 전환의 파고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각자도생’의 갈지자 행보에서 벗어나 산업 전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플랫폼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섬유패션산업 내 기관·단체들이 ‘그들만의 리그’의 주인공이 돼서 될 일이 아니다.
혹독한 변화와 혁신의 선도적 대상이자 역할을 수행해야할 주체들이 요즘 ‘있어서 안될 일’로 연일 공중파의 혹독한 매질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깊은 숙고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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